[문화]게임과 일상의 혼성 공간 속 플레이어의 경험과 인식에 관한 연구 : <아이온> 플레이어와의 심층 면접을 중심으로

제목 : 게임과 일상의 혼성 공간 속 플레이어의 경험과 인식에 관한 연구 : <아이온> 플레이어와의 심층 면접을 중심으로

저자 : 진예원

초록 :
이 연구는 장기간 일상적인 게임 플레이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경험과 인식에 관한 것이다. 플레이어의 일상에 하나의 게임이 방문하여 떠나게 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의 경험을 제공하고, 향후 삶에 어떠한 지속적인 여운을 남기게 되는가를 밝히려는 시도이다. 플레이어의 경험을 이해함에 있어 플레이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이용 형태에 따른 전체적인 과정을 조명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장기간 일상적인 패턴으로 지속되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게임과 일상 세계가 관계를 맺는 것을 보기 위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MMORPG 장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고, 그 중에서도 <아이온> 플레이어들의 경험을 심층 면접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구체적인 경험의 분석을 위해 라이프스팬의 개념을 도입해, 플레이 경험을 단계별로 설정하였다. 또한 일상 세계와 게임 세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의미작용을 더욱 심도 깊게 이해하기 위해 혼성 공간의 개념을 도입해, 라이프스팬의 단계별로 일상 세계와 게임 세계의 개입 정도를 정의할 수 있었다.
라이프스팬의 시작 단계에는 유입과 적응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유입과 적응의 단계는 플레이어들이 게임 세계와 처음 마주하고 그곳에 꾸준히 방문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 동안 플레이어들은 게임 공간을 장소화하고, 게임 세계의 법칙에 잠정적으로 동의하는 순응적 태도와 일상 세계와 지속적인 구분 짓기를 시도하는 저항적 태도를 통해 자신의 일상 세계 내에 개입될 수 잇는 게임 세계의 경계를 설정했다. 이는 두 세계의 개념적 혼성이 이루어지는 혼성 공간의 경계 역시 설정하는 과정이었다.
혼성 공간에서는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두 입력 공간인, 게임 세계와 일상 세계가 상호작용했다. 라이프스팬의 전개 단계에서는 재확인과 확장, 그리고 집단적 경험을 통한 게임 세계로의 감정적 개입이 이루어졌다. 정립되어 있던 일상 세계와 새로운 경험인 게임 세계가 혼성작용을 거치며, 일상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열었다.
라이프스팬이 끝나는 소모와 이탈 과정에서는 게임 세계가 점점 일상 세계 내부에서 외부로 옮겨졌다. 소모 과정에서는 게임 컨텐츠의 소모와 플레이어들이 게임 플레이를 통해 추구하던 가치의 소모가 일어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탈로 이어졌고, 이탈의 과정은 유입과 적응의 단계와 대비했을 때 다소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이 기간 동안 플레이어들의 게임 세계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일상 세계와 분리되었다.
라이프스팬의 종료 후, 플레이어들의 일상 세계에서 게임 세계와 혼성 공간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대신 플레이어들은 일상 세계의 기억과 거의 동일하게 이해되는 파편적인 기억을 지니고 있었고, 그 기억을 게임 내 특정 장소에 저장해두었다. 이 장소는 게임 세계의 기억뿐만 아니라, 당시의 일상 세계의 추억도 함께 담고 있는 저장소로 작용했다. 또한 MMORPG의 특징적인 집단적 경험에 의해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이 플레이어의 일상에 남겨졌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게임의 라이프스팬과 혼성 공간 경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혼성 공간의 경험은 플레이어가 자의적으로 설정하는 정신적 공간, 측 상상적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게임의 시각적인 재현의 요소들은 일상 세계와 비슷한 수준의 생생한 상상력의 재료를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혼성 공간의 상상력이 배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인식의 재확인이나 확장, 혹은 개념적인 혼성/ 충돌이 발생하면서, 혼성 공간은 무한한 상상적 상황이 창조될 수 있고, 의도들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
혼성 공간은 라이프스팬 중에는 플레이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혼성 공간은 끊임 없는 긴장상태와 유랑적인 경계설정이 쉬지 않고 지속되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지속적으로 게임 세계와 일상 세계라는 두 입력 공간 외의 독립적인 입력 공간으로서 자신의 주체를 혼성 공간에 개입시키고 있었다. 이는 비록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일일지라도 자아일관성을 구축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게임의 라이프스팬이 끝나고 게임 세계라는 입력 공간을 상실한 기존의 혼성 공간은 소멸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2차 혼성을 거듭하며 더욱 실체화된다. 2차 혼성은 일상 세계와 혼성 세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혼성 공간 자체가 정신적인 공간이고, 감각적인 형태로 경험이 이루어 지는 곳이기 때문에, 일상 세계-혼성 공간 사이의 2차 혼성은 일상적이고 감성적인 기억의 형태로 남겨졌다. 그리고 이 기억은 일상의 기억과 동일하게 자아를 규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를 통해 게임 세계와 혼성 공간의 잔재는 ‘가상적’이었다는 기존의 층위에서 과거의 일상 세계의 층위로 이동된다.
결과적으로 일상적인 게임 플레이 활동이 의미하는 바는 물리적, 사회적 제약에서 다소 자유롭고 순수한 형태의 정신적인 의미 탐색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활동이 남기는 것은 공간적인 혼성을 거듭하며 일상 세계의 층위로 전환되는, 주체에 의해 가공된 경험이다. 이 경험은 주체의 일상 세계에 머무르며 재혼성이 발생하는 다음 지점까지 플레이어의 자아 인식과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에 관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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